제 57호팀 윤슬
아직 낭만이라 부르지 않은 오늘
“학창 시절의 낭만이 뭐야?”라는 질문을 들으면 어떤 장면이 가장 먼저 떠오르나요? 축제나 체육대회, 수학여행처럼 특별했던 날을 생각할 수도 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나서 그리워지는 건, 오히려 그때는 별것 아니라고 생각했던 평범한 순간일지도 몰라요.
쉬는 시간이 되면 조용했던 교실은 금세 시끌벅적해져요. 누군가는 복도로 나가고, 누군가는 다음 수업 숙제를 급하게 하죠. 친구들과 모여 “오늘 급식 뭐야?”, “시험 망했다” 같은 별것 없는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요.
그때는 이런 시간이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매일 반복되는 너무 익숙한 하루였으니까요. 어쩌면 학창 시절의 낭만도 처음부터 특별하게 느껴지는 순간만을 뜻하는 건 아닐지도 몰라요.
물론 축제나 체육대회, 수학여행처럼 평소와 다른 날은 자연스럽게 기억에 남아요.
하지만 그런 날들만 추억으로 남는 건 아니었어요. 시험이 끝난 뒤 친구들과 답을 맞춰 보며 함께 아쉬워했던 일이나, “이제 시험은 잊자”며 웃고 놀았던 순간처럼 굳이 사진으로 남기지 않았던 장면도 있어요. 생각보다 우리의 추억에는 이런 평범한 순간들도 많이 남아 있죠.
그런 평범한 순간 가운데, 저에게 학창 시절의 낭만을 하나 골라보라고 한다면 아마 하굣길이라고 말할 것 같아요. 친구들과 오늘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며 천천히 걷고, 편의점에 들러 간식을 사 먹으며 집으로 향하던 시간이 즐거웠거든요.
특별한 일을 했던 것도 아니에요. 매일 걷던 익숙한 길이었지만, 그래서인지 더 학창 시절다운 장면으로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학교에 다닐 때는 같은 교실에서 같은 친구들을 만나는 일이 너무 자연스러워요. 다음 날에도, 다음 주에도 다시 볼 테니 이 시간이 끝난다는 걸 자주 생각하지 않죠.
하지만 학년이 바뀌고 졸업하면 익숙했던 사람과 공간도 달라져요. 그제야 평범했던 하루가 그때의 사람들과 그때의 나에게만 가능했던 시간이었다는 걸 알게 되기도 해요.
그렇다고 “언젠가 그리워질 테니 지금의 학교생활을 매 순간 즐겨야 한다”는 뜻은 아니에요. 시험이 싫을 수도 있고,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게 힘들 수도 있어요. 학교에서 보내는 모든 시간이 누구에게나 똑같이 행복한 것도 아니고요.
힘든 순간까지 억지로 낭만이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어요. 그냥 하루를 보내다 보면, 언젠가 문득 웃으며 떠올리게 되는 장면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요.
친구와 나눈 별것 없는 이야기나 복도에서 함께 웃었던 순간, 매일 걷던 하굣길 가운데 무엇이 오래 기억에 남을지는 아직 알 수 없어요. 지금은 그저 평범한 하루의 한 장면일 뿐이죠.
어쩌면 낭만은 특별한 순간을 찾아다녀야만 생기는 게 아니라, 시간이 흐른 뒤 평범했던 하루에서 발견하는 것일지도 몰라요. 오늘은 아직 우리가 ‘낭만’이라고 이름 붙이지 않은 추억일 수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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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비디